2025년 2월, 2024년 여름에 있었던 일본 APEX(Program for Educators’ eXchange)에 참여할 때 정말 어미새처럼 우리를 살뜰히 챙겨주셨던 현 박사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국과 일본의 초등교육 비교연구를 위해 교육학 교수님 1분, 박사과정 2분, 파견 교사 1분, 츠쿠바 대학 관련 교원 총 4분이 학교에 방문하여 학교 탐방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한 실제 수업 참관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1달간의 의견 및 일정 조율이 있었던 이 방문에 대한 글을 나누려한다.다른 사람들도 한국 학교에 해외 교원이 방문할 때 혹은 그 반대의 경우가 의미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마음을 담아서.
1. 기관장 허가
마음같아서는 무조건이요! 라고 하고 싶었지만, 학교 방문은 기관장님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교장감님께 다음과 같이 여쭤보았다.
일본 츠쿠바 대학교(IB 커리큘럼을 일본에 처음 도입한 대학교)에서 교수님, 박사과정 2명, 공립초등교사 1명, 총 4명이 학교 방문을 희망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희망하시는 내용은
-장감님과 인사
-수업 참관(1시간)
-학교 견학(1시간)
입니다.
방문을 희망하시는 날은 3월 17일 월요일 혹은 3월 19일 수요일 오전, 오후 중 한번입니다. 학교 견학의 경우 학교에 있는 실들을 보여드리고, 방과 후 수업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담당 부장님과 선생님을 직접 찾아뵙고 양해 구해볼 예정입니다. 또한 희망하는 선생님들에 한해서 위 4분과 함께 대화하는 자리도 조그맣게나마 만들어보려 합니다. 공문도 발송이 가능하다고 하시는데... 혹시 방문하시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어 연락드렸습니다!`
이때 츠쿠바 대학에서 우리 학교를 방문하는 것을 학교 관리자분들(장감님)께서는 아래의 이유로 고민하셨다.
- 방문 주간에 학부모 공개 수업과 총회가 있음
너무나도 납득이 가는 이유였다. 장감님께서 다른 주간으로 방문 일자를 변경하려 하셨지만, 츠쿠바 대학의 일정 문제로 일자 조정은 어려웠다. 많은 고민 끝에 장감님께서 나를, 츠쿠바 대학 교원분들을 배려해서 본래 일정대로 학교 방문을 진행할 수 있도록 허락(배려)해주셨다.
2. 공문 관리
1) 공문 접수
현박사님께 기쁜 소식을 알려드렸다. 현박사님은 한국에서 초등교사로 일하셨기 때문에 학교의 생태를 잘 알고 계셨다. 그래서 방문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문 송부에 관한 얘기도 먼저 해주셨다.
조율을 통해 공문에 포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방문 목적
- 방문 일자
- 방문자 정보
- 일정
- 협의회 보조 자료(협의 주제)
2) 전자문서 등록
작성을 완료한 공문은 메일의 첨부파일로 보내주셨다. 이 첨부파일을 행정실에 연락해 전자문서 등록했다.
3. 선물 준비
준비한 선물은 다음과 같았다.


위 선물 중 양말을 보고 뜬금없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지역의 주요 산업이 양말 산업이기 때문에 준비한 것이다. 이전 양말목을 구할 때 함께 소통한 서울도봉양말협동조합 이사장님께서 일본에서 손님이 온다고 하니 선물로 드리라며 양말 준비해주신 것이다.
4. 방문 준비
1) 수업 준비
수업을 준비할 때 다음의 요소를 고려했다.
- 교수님이 사회과 교육학회 회장이므로 사회 교과로 준비
- 학교에 전자칠판이 점차 배포되고 있기에 이를 활용
- 평소 진행하는 학습 루틴 활용
- 학급 게시판을 통해 본 수업 외에도 어떤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파악
-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깊이있는 학습을 중점
- '2022 개정 교육과정 적용 교수 학습 과정안 서식' 활용
- 기존 과정안과 특히 다른 점: '교과 역량, 핵심아이디어, 탐구질문'을 포함한다는 것
2) 학교 탐방 준비
최근 우리나라 교육에서 크게 바뀐 것 중 하나가 바로 늘봄 학교이다.
늘봄학교란?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종합 교육프로그램으로, 정규 수업 외에도 방과후학교와 돌봄 서비스를 통합하여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습과 돌봄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 맞춤형 교육과 돌봄연계형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에 적응하고, 방과 후에도 안전하고 유익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 늘봄학교 운영을 위해 기존 교원 중에서 늘봄 실장을 별도로 선발하기도 했다.
늘봄 실장이란?
방과후학교 및 돌봄교실 운영을 총괄하며, 교육프로그램 기획 및 관리, 돌봄 수요 파악, 교사 및 강사 지원 등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보직교사나 업무 담당자로서의 경력, 관련 표창 및 실적 등이 요구하며, 증빙 서류를 통해 경력과 업무 수행 능력을 확인한다.
늘봄 프로그램을 참관하시는 것이 주요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늘봄 실장님과 함께 강사님들의 동의를 얻어 수업 참관 승낙을 받았다.
3) 교내 교원과의 대화 준비
일본 교육관계자와 대화하는 것은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큰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사전에 츠쿠바 대학 교원분들의 방문을 알리고, 함께 대화의 시간을 갖길 희망하는 선생님들을 조사했다.
5. 학교 방문 및 수업 참관
1) 전체 일정
학교 방문 전체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 12:20~12:55: 학교 도착 및 장감님과의 대화
- 13:00~13:40: 수업 참관
- 13:45~14:30: 늘봄학교 수업 참관
- 14:30~15:00: 학교 시설 탐방
- 15:00~16:30: 교내 교원과의 대화
2) 수업 참관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의 흐름과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어로 교수 학습 과정안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한국어로 과정안을 작성한 후 일본어로 수정했다.


이번 수업을 참관하며 흥미로워하셨던 요소들은 다음과 같았다.
(1) 책상 위에 보드마카로 학습 내용 적기
채드윅 송도 국제학교에서 봤던 기법!
바로 책상 위에 보드마카로 학습 내용 정리하기.

이 활동은 학생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과 같은 방법으로 마구마구 떠올리고 이를 짝 및 모둠, 학급 전체와 함께 공유하는데 정말 유용하다. 그리고 종이를 낭비하지도 않고, 학생들의 학습 과정을 원활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수업의 탐구 질문은 '행정구역은 무엇일까?'였다.
따라서 학생들은 본인이 알고 있는 행정구역명을 최대한 많이 적었다.
이후 학생들이 적은 행정구역을 서로 발표하며, 중복되는 내용은 소거해나가며 다양한 행정구역을 전자칠판에 수합해 적었다.
(2) 놀이에서 탈락한 학생들을 고려
2022 개정 교육과정, IB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바로 평가다. 학생들의 성장을 진단하고 촉진하기 위해 평가는 필수불가결이기 때문이다.
앞서 학생들이 브레인스토밍하며 책상 위에 적은 행정구역명과 친해지기 위해 '시장에 가면' 놀이를 변형해 진행했다. 앞의 친구가 얘기했던 행정구역과 새로운 행정구역을 말하지 못하면 탈락하여 자리에 앉는게 룰이었다
놀이를 통과한 친구는 이번 수업의 평가 수준 중 하(下)를 달성한 것으로 사전에 계획했다.
다른 친구의 발표를 바탕으로 좁은 의미의 행정구역을 말할 수 있다.
놀이를 탈락한 친구 또한 하(下) 수준 이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해야 했고, 내가 그것을 확인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놀이에서 탈락한 친구들만 다시 모여서 놀이를 한번 더 했다.
이때는 학생들이 좌절이 아닌, 성공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전자칠판에 있는, 친구들이 사전에 이야기한 행정구역을 보며 말하는 것도 허용했다.

(3) 학습 내용의 양이 적었다는 점
이번에 학습 내용으로 다룬 것은 아래와 같았다.
- 좁은/넓은 범위의 행정구역의 구체적 예시
- 좁은/넓은 범위의 행정구역 비교
이번에 오신 박사님 중 한분은 중국 분이셨는데, 중국의 교육은 많은 학습 내용을 전달해야하기에 학생들의 활동량이 적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했던 수업은 활동량이 많고, 학습 내용이 적어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고, 한편으로는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3) 늘봄학교 수업 참관
늘봄 학교에 관한 대화들을 나누었다. 사전에 늘봄학교 정책에 대한 정보를 준비했었는데 많은 관심을 보이셔서 미리 준비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수업 참관이 끝난 후 늘봄 실장님과도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늘봄 학교에 대한 설명을 전문적으로, 구체적으로 해주셨다.
이후 일본 학생들도 우리의 늘봄학교와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고, 저녁 6시까지 학교에서 데리고 있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선생님들은 주로 언제 퇴근하는지 물어봤는데, 공식적인 퇴근 시간은 저녁 5시 정도이지만, 보통 저녁 7시 30분에 퇴근한다고 한다.
4) 학교 시설 탐방
학교 시설 자체는 일본과 너무나도 유사하다고 했다. 1인 1디바이스 정책으로 인해 컴퓨터실은 올해 사용 빈도가 많이 줄어들 것 같다고 하자 일본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했다. 코로나 시기에 1인 1디바이스를 보급 했는데 그 이후로 컴퓨터실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5) 교내 교원과의 대화
이번에 참여한 교내 교원은 다음과 같았다.
- 체육부장
- 과학정보부장
- 4학년부장
본래 연구부장님도 참여하려 하였으나 학교에 다른 급한 일이 생겨 참여하지 못했다.

이때 대화를 통해 정말 많은 대화들을 나누었는데 그 중 일부를 정리해보려 한다.
(1) 일본, 중국, 한국의 대학 중시 정도
중국과 한국은 대학교 진학에 큰 중점을 두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학습에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했다. 이 대학이 거의 평생을 좌지우지 할 정도의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고 했고.
일본의 경우 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시험을 별도로 보기 때문에 어디 대학교 출신이냐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대학교 진학률만 봐도 일본은 50%, 한국은 70%정도로 차이가 난다.
(2) 학습을 위한 학원
중국은 학원을 별로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에 학교에서 방대한 양의 학습 내용을 다룬다고 했다. 한국은 학원을 참 많이 다니지...
(3) 육아 휴직
아침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일본 교원들.
하지만 육아 휴직은 정말 편하게 쓴다고 했다.
아이를 낳고 난 후 3년간 육아 휴직이 가능한데, 1년은 유급이고 그 외에는 무급이라고 했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한국은 오랜 기간 육아 휴직 하는 것을 가정생계 문제로 부담스러워하는 반면 일본은 대개 3년간 육아 휴직을 편하게 쓴다고 했다.
(4) 일본은 다같이, 한국은 각자
일본은 학교 내의 교육 수준을 비슷하게 유지한다고 했다. 학급 게시판도 학년 내에서는 거의 동일하고, 수업 내용도 동일하다고 했다. 일본 교장감님이 최대한 학교 내에서 비슷한 교육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분위기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 학급마다, 교사마다 제각기 다른 교육을 진행한다. 학교 교육 목표를 고려하기 보다 국가 교육과정과 학급 교육과정의 연결을 더욱 긴밀히 하려하는 것 같다.
학교 폭력 해결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는 학급 담임선생님이 학교폭력예방 부장에게 이를 알리고, 이 문제를 관리자와 함께 학교 내에서 종결하거나 교육청으로 케이스를 이관한다. 따라서 학년 내에서 학교 폭력에 대한 해결을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이 부담을 덜어주려고 교육청에서도 많이 노력하고 있고.
하지만 일본은 학교폭력예방 부장(주임)이 있음에도 학교 폭력에 대한 해결을 학년 내에서 함께 다룬다고 한다. 이러한 문화는 중, 고등학교 교사가 한 학급당 1주에 2~3시간 정도 수업하기에 학생들 파악이 어렵고, 학생들에 대한 파악 및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 해당 반을 가르치는 모든 선생님들의 의견이 필요하기 때문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 문화가 지금은 초등학교까지 내려오고 있는 중이라고.
(5) 대학원은 왜 가나요
교육학 박사의 종류는 EdD와 PhD가 있다.
PhD는 일본에서 취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국제 학회에서 2회 이상 발표를 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부분 PhD 과정을 밟는다고 하는데 대체 왜 가는 것인지 물어봤다. 일본은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간다고 했다😮
그러고보면 한국은 왜가는걸까..?
소감
1) 다른 반 선생님 수업도 함께 참관할 수 있도록 할걸
한국의 교육은 학급마다 매우 다르다. 따라서 이왕 우리 학교에 방문하셨을 때, 다른 반 선생님 수업도 함께 참관하실 수 있도록 사전에 협조를 구하고 운영했으면 더욱 알찬 구성이 되었을거라 생각한다.
2) 영원한 어미새 현박사님께 감사를
지난 일본 APEX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현박사님은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나에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주시고, 격려해주신다. 덕분에 이번에 학교를 방문하신 츠쿠바 대학 교원분들과 많은 소통을 할 수 있었고,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의 대화의 가교를 놓는 역할도 할 수 있었다.
현박사님은 계속해서 이번 방문을 가능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신다. 하지만 항상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현박사님께 도리어 많은 감사를 느낀다.
비록 부담감으로 인해 며칠간 악몽과 불면증에 시달렸지만...! 그만큼 즐거움과 행복함이 가득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