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재직 중인 서울 창림초등학교의 주소는 서울 도봉구 덕릉로63길 46이다.
여기서 주의깊게 살펴볼 부분은 바로 도봉구이다.
그 이유는 바로...!
전국 양말 공급의 40%를 담당하는 곳이 바로 이 도봉구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학교 옆에는 양말 제조장이 정말 많다.
도봉구에 재직한지 어느덧 9년째.
양말 제조업으로 유명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유명한지는 알지 못했다.
지금부터 본론으로..!
양말목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1. 양말목을 알아보게 된 계기
2023, 2024년 국제공동수업을 운영하며 정말 다양하고, 멋진 사람들을 만났다. 이 분들을 옆에서 바라보며 하나씩 하나씩 본받고 실천해나가려 노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멋진 점은 바로
- 주변의 자원을 지속가능하게 활용
한다는 점이다.
학급에서 교육 활동을 진행할 때 학급 내 자원으로 운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교육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인적, 물적 자원이 필요한데 이를 확보하기에 학급에 주어지는 예산은 아쉽다. 다른 분들은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살펴보았더니 다음과 같은 모습들이 있었다.
- 교내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하기
- 학교 예산을 활용하기
- 교육청 사업 신청하기
- 지역사회의 교육기관의 인사 초청하기
- NGO와 연계하기
2025년 신학년을 시작하기 전, 학생들의 학습이 깊이있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첫 단추부터 잘 채우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 지역 사회와 연계한 교육을 운영하기로 마음 먹었다.
2. 비싸다 비싸 양말목
양말목은 양말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투리 천이다. 이 양말목은 소각장으로 보내어져 태워지는 쓰레기다.
하지만 이 양말목을 멋지게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업사이클링을 하는 것이다.
*업사이클링이란?
버려지는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디자인을 가미하는 등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새 제 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체의 행위
-출처: 서울정책아카이브(2015), 세계와 도시 4호. 남재석 프리랜서의 "지속가능한 삶을 꿈꾸는 미래산업, 업사이클(Upcycle)" 중
본래 양말목은 태워지는 쓰레기이지만, 인터넷으로 양말목을 구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하니 양말목 1개당 50~100원 정도의 가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품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작품 1개를 만드는데 약 30개 정도의 양말목이 필요해보였다. 20명의 학생이면 600개가 필요하고 60,000원이 필요하다. 작품을 여러번 만들면 만들 수록 이 금액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신학년이 시작되기 전 2월은 아직 학교 예산과 관련된 행정 처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학교운영위원회 심의가 끝나지 않았다던지) 학교 예산을 활용하기 어렵다. 3월 중순은 되어야 양말목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3월 첫째주부터 양말목을 활용한 업사이클링을 하고 싶었다.
내 사비로라도 구매하고 싶었다. 그래도 최대한 저렴하게 많은 양말목을 구하고 싶었다.
그렇게 포털사이트로 검색한 도봉구 근처 양말 공장들에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3. 양말목이 공짜..?
그렇게 연락이 닿게 된 곳은 서울도봉양말협동조합이라는 곳이었다.
창림초와는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였는데 이번에 처음 알았다.
네이버 지도에 있는 연락처로 연락을 드려 양말목을 구매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양말목은 무제한으로 공짜로 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렇게 하셔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위 글에서 말한 것처럼 양말목은 쓰레기이기 때문에 가져가주면 공장 입장에서도 좋다고 하였다.
감사드리는 마음에 이사장님께 드릴 가벼운 선물과 함께 서울도봉양말협동조합으로 출발했다.
나는 정말 조그마한 양말 공장을 생각하고 갔다. 그런데 사무실 안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수많은 표창과 따뜻한 나눔과 기부의 흔적들. 이사장님은 나와 함께온 선생님에게 차를 주시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 인터넷에서 파는 양말목은 팔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라 환경 보호와 큰 관련이 없다
- 정말 환경 보호를 하기 위해서는 소각장으로 보내지는 양말목을 얼마든지 가져가셔서 사용하셔라
- 대신 도봉구 양말 산업에 대해 주위에 많이 연락을 해달라
- 양말목 자체가 나오지 않는 기계로 도봉구 양말 공장 기계를 대체하는데는 1,000억원이 필요하다
- 도봉구는 전국 양말 공급의 40%를 차지하기에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 하지만 이는 환경을 위해서도, 도봉구 마을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보여주신 다양한 양말들.
서울시교육감님의 당선을 축하드리는 의미로 양말도 제작하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남은 양말이라며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다.
즐거운 대화와 함께 받은 양말목은 내 몸통보다 더 큰 크기의 포대 2자루였다. 무게는 약 20키로, 개수는 셀수도 없이 많아 보였다.
4. 어떻게하면 양말목을 받을 수 있을까?
2가지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 직접 양말목 가져가기
- 착불 택배로 받기(택배비 5,000원)
1) 직접 양말목 가져가기
위에서 소개한 이사장님의 번호, 010-9251-9973에 가지러 가기 며칠 전에 연락을 드리면 된다. 그리고 가지러 가기로 약속한 날짜에 서울도봉양말협동조합에 방문하여 가져가면 된다.
*이사장님 전화번호가 담긴 명함은 블로그에 가림 없이 공유해도 된다고 하셨다.
이 번호로 다른 분들도 연락해서 가져가면 된다고 하니 모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연락드리자.
2) 착불 택배로 받기(택배비 5,000원)
동일하게 이사장님께 연락한다.
그 후 주소를 알려드리고 착불 택배로 양말목을 받으면 된다.
1상자에 들어가는 양말목은 10Kg으로, 위 양말목 포대의 절반 정도의 양을 받을 수 있다.'
5. 이걸로 무엇을 할까
계획한 활동은 다음과 같다.
- 기본 기능 숙달을 위해 꽃, 컵받침 만들기
- 학교 체육대회에 앉을 방석 만들기
- 겨울에 학교 나무를 따뜻하게 만들 나무옷 만들기
- 국제교류를 하고 있는 일본, 스페인에 양말목 보내고 학생들이 양말목 공예 방법 설명하기
오늘의 소감
성공이다!
나도,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교사도, 이사장님도, 환경도 모두가 좋은 방법을 찾았다!
주변 자원을 지속가능하게 활용하는 모습을 보고 실제 실천으로까지 연결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 것이 이렇게나 큰 보람으로 돌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도봉구 양말 산업을 알게 되기를.
많은 사람들이 주변 자원을 지속가능하게 활용할 수 있기를.
많은 사람들이 행복함과 보람을 느끼기를.
이를 바라며 오늘의 블로그를 마친다. 이후에도 양말목과 관련된 활동들은 꾸준히 올리겠다!
분명 우여곡절도 많을테지. 하지만 이 또한 보람도 많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