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마지막 일정이다.
과거 한국을 방문했던 일본 선생님들과의 간담회였다.
일본 선생님들은 왜 이 사업에 지원하게 되었는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무엇을 느꼈는지,
그리고 방문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1. 일본 선생님이 이 사업에 참여한 이유와 바뀐 점
가장 먼저 이야기를 나눈 선생님은 지난 한국 방문 때 대표 역할을 했다.
사업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일본의 교육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으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일본 교육의 장점도 많지만, 다른 나라의 교육을 직접 보고 시야를 넓히고 싶었다고 한다.
이 선생님이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학교 시설과 교육 환경이었다.
ICT 기기, 디지털 기반 수업,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교육 기자재들을 보며 놀랐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돈을 쓴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교육예산 비율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일본 선생님은 일본의 공교육 예산이 국가 예산의 약 4~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한국 예산의 약 20%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교육에 배정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숫자만으로 교육의 질을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학생 수, 학교 시설, 디지털 기기 보급률, 무상급식, 각종 교육 지원 정책 등을 생각해 보면 한국이 교육에 상당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일본 선생님도
"이 정도 차이가 있으니 학교 모습이 다른 것도 당연할 수 있겠네요."
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정치인들은 늘 교육 투자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칠판과 분필 중심의 수업이 많고, 예산 부족과 교원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고 했다.
일본에 방문했을 때 학생들의 숫자는 항상 30명이 넘었다. 이 선생님의 학급에도 학생이 34명 있다고 했다.
반면 우리 일행 대부분은 20명 안팎의 학급을 맡고 있었다.
그는 학생 수가 많아질수록 개별 지도가 어려워지고, 결국 교사 한 명이 많은 학생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한국을 방문한 뒤 실제 수업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크게 바뀐 것은 없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교육 제도도 다르고, 예산도 다르고, 학교 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한국에서 본 것을 그대로 일본 학교에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바로 시야였다.
한국 교육을 보면서 일본 교육의 장점과 문제점을 더 분명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2. 일본 영어와 한국 영어
1) 한국 학생들의 영어 실력
일본 선생님은 한국 학생들의 영어 실력에 놀랐다고 했다.
한국 방문 당시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수업을 진행했는데,
"제가 영어로 이야기하면 아이들이 이해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고 했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외국어 활동이 시작된다.
하지만 일본 선생님은
"현장에서는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한국만큼 높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라는 말도 덧붙였다.
일본은 변화보다는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2) 혼네와 타테마에, 네마와시 문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일본 학교 문화로 이어졌다.
한 한국 교사가 물었다.
"일본은 학년 단위로 모든 학급이 비슷하게 운영되는 것 같던데요?"
그러자 일본 선생님은 그렇다고 답했다.
같은 학년이면 숙제도 비슷하고, 작품 활동도 비슷하며, 교육과정 운영도 함께 논의한다고 했다.
교사 개인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추진하기보다는 학년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를 묻자 흥미로운 답변이 돌아왔다.
"교사의 개성을 살리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교사의 폭주를 막을 수는 있습니다."
한 교사의 뛰어난 아이디어가 교육을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반대로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일본은 그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집단적 의사결정을 중시한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가 바로 일본의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 문화였다.
이와 관련해 일본은 회의 전에 미리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조율하는 '네마와시(根回し)' 문화가 있다고도 알려줬다.
그래서 실제 회의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결론이 정리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문화를 바꾸고 싶었냐고 묻자, 일본 선생님은 이것은 좋고 나쁜 문제라기보다
일본 사회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문화라고 설명했다.
3) 한국 교사들이 인상적이었던 일본 교육 문화
반대로 한국 교사들이 일본 교육에서 인상 깊게 본 점도 있었다.
여러 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학생들의 생활 습관이었다.
- 신발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신발장
- 급식 후 스스로 정리하는 모습
- 복도에서 뛰지 않고 차분하게 이동하는 모습
교사가 지시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행동들이 많았다.
일본 선생님들은 이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반복적으로 배우고 실천하는 과정이 쌓인 결과라는 것이다.
3.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한 일본 선생님은 일본 북부 아오모리현에서 왔다고 했다.
아오모리는 일본 드라마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舞妓さんちのまかないさん) 에서 주인공 스미레와 키요가 자란 고향으로 등장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아오모리에서 도쿄까지는 비행기를 타고 와야하는데,
이번 일정에 참가하기 위해 사용한 비용 대부분을 개인이 부담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런 국제교류 활동에 학교 차원의 지원이 거의 없다고 했다.
출장이 아니라 개인 연수에 가까운 형태이기 때문에 교통비와 숙박비 등을 스스로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번 간담회에 참석한 일본 선생님들은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다른 나라의 교육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인지 대화 속에서도 교육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다.
한국 교육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도 솔직했고, 일본 교육의 한계를 이야기할 때도 솔직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누구도 자신의 나라 교육이 더 우수하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서로의 장점을 배우려고 했다.
한국의 빠르게 변화하는 교육 환경과 ICT 활용을,
일본의 생활 습관 형성과 공동체 문화를.
서로 다른 점을 비교하기보다 서로에게서 배울 점을 찾으려는 분위기였다.
생각해 보면 이번 일한학술문화교류사업 전체가 그랬다.
이번 간담회 역시 단순한 정보 교환의 자리가 아니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교사들이 교육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 서로의 시야를 넓혀 주는 시간이었다.
어느덧 모든 일정이 끝났다.
몇달이 지나 일본 선생님이 나에게 '일본 방문 전과 후, 교육 활동에서 변한 것이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자신감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삶을 살기를.
